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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術品

[136] 소정 한익환, 小汀 韓益煥 부부잔 (2010.2.17, 0003)





한익환 도예가
출생-사망
1921년 12월 26일 (함경북도 청진) - 2006년 9월 28일
학력 간도연길공업학교
수상 1986년 문화공보부주최 전승고예전 특별상
       1983년 대한요업총협회 공로상
       1982년 문화공보부주최 전승공예전 장려상
경력 한국고미술자기연구소 소장
       1982 대한요업총협회 이사
 

도예가 한익환 翁

흙으로 진실 빚고 지혜 구워요
자연 스승삼아 반백년 ‘백자재현’
유약·안료등 독특한 배합방식 터득
흙과 나 하나될때 작품 생명력 있어
평생 가마불 곁에서 무념무상 공부
도자기에 내 영혼 넣는다고
그 많은 세월 부셔 깼지만
흙의 참맛 알게 되면서
인간의 길 깨닫게 되었다

달아 달아
십오야(十五夜) 둥근 달아
조선의 달 항아리
조선의 대호
그 언저리를 흐르는
소박한 흐름의
수더분한 향내
설익은 듯
모란이 풍기는
온화한 맵시
조화로운 불이(不二)

고요속에 파묻힌
조선의 큰 항아리
-한익환 詩 ‘조선의 달 항아리’

옅은 청색이 배어나는 조선백자 특유의 백색을 복원하기 위해 한평생을 보낸 원로도예가 소정 한익환옹(75). 백색이 가진 순수함에 빠진 칠순 도공의 얼굴이 질박한 항아리를 닮았다.

흙을 구우면 거짓이 없습니다. 흙은 진실합니다. 누르면 나오고 파면 들어가고 이 흙으로 마음에 걸림이 없는 작품을 만들죠. 또 담백하고 온화한 맛과 멋에서 조화로움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흙에 충실하면 담백한 맛이 나오고, 형의 유선(流線)이 멋이 날때 온화한 감을 얻는다고나 할까요.

작업에 임하는 이같은 그의 신념은 최근 <도자단상>이라는 한권의 두툼한 시집으로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장인의 정신이 인생이란 물레를 통해 걸러놓은 소담스런 시집은 ‘영원한 도공’으로서 날마다 하나의 화두를 풀기위해 안간힘을 쓴 그의 결정체이다.

도자기에다 내 영혼을 넣는다고 / 그 많은 세월을 부셔 깼지만 / 언제부터인가 흙의 참맛을 알게 되면서 / 침묵의 스승 자연을 알게 되었고 / 자연을 알게 되면서 인간의 길을 깨닫게 되었다 / 한잎 잎새와도 같은 도공(陶工)의 꿈 / 도자기에다 내 하찮은 영혼을 넣는다는 것이 / 어느덧 흙의 영혼이 내 속에 들어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대표작 <도자단상>의 전문이다.

조선백자는 시대에 따라 형태와 기선(器線), 백색이 변해 가면서 그 아름다움을 이어왔다.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조선백자의 전통 속에는 그 아름다움을 지켜내려는 한옹의 끈질긴 재현의 노력과 흙과 바람과 물 등 자연을 사랑하고 거기에 순응하는 노(老) 도공의 정신이 녹아있다. 초벌구이한 백자에 발려진 유약이 섭씨 1천3백도 이상의 고온에서 녹아흘러 순백색을 내듯이.

한옹은 1948년 대한도기주식회사 이사장의 권유로 도자기술원 양성소에 들어가면서 도공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후 서울의 중앙공업연구소 요업과를 거쳐 同 연구소에 개설된 상공부 주관 고등기술원 양성소에서 요업과 과정을 마침으로써 기초를 다졌다.

한국전쟁 이후에는 전국 각지의 도자기 제작회사에서 7년여동안 기술책임자로서 생활도자기를 연구, 실험하기도 했다. 그러다 한 골동품점에서 조선백자를 접하면서 전통백자의 여유롭고 단정한 형태, 색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익요(益窯)를 열고 전통백자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조선백자 특유의 백색을 복원하기 위해 도자기 기술자로서 탄탄대로의 미래를 보장받았던 직장을 내팽겨쳐 버린 것이다.

피끓는 노력의 결과일까. 그의 가마에서 영혼으로 빚어내는 한옹의 백자는 조선백자와 형태가 같음은 물론 그 빛깔도 뒤지지 않아 옅은 청색을 뚫고 나오는 백색이 깊고 청아하기 그지없다는 평을 받고 있다. 코발트 안료를 사용하는 청화백자의 색도 조선전기나 중기백자 청화색과 견줄만 하다고 자타가 인정한다.

이는 수십년동안 조선백자를 연구하여 흙, 유약, 안료의 독특한 배합방식을 터득한 결과다. 한옹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연인과의 끝없는 대화로 여긴다. 너의 가슴을 나의 품안에 끌어 안는다/ 내 마음의 편안함이어라/ 그대 이름은 조선의 백자 나의 청백자….

물레를 돌리고 문양을 새겨넣는 일에 심혈을 기울여 온 한옹은 한번 자리를 틀고 앉으면 작업이 끝날 때까지 전혀 움직임없는 진지한 모습으로 옹골찬 장인의 모습을 보인다.

조선백자는 도자기마다 다른 여성적인 부드러운 선과 남성적인 강인한 선, 청색을 머금은 조선백자 특유의 아름다움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하지요.

조선백자는 평범의 미덕을 보여준다. 탐욕과 어리석음에 대해 무언의 교훈을 준다. 또 무심히 빚어낸 천연스런 곡선은 너무나 순정적이어서 마치 인간이 본래 지니고 있던 가식없는 어진 마음의 본바탕을 보여주는듯 해 그는 보고 또 보며 마음을 순화시키곤 한다.

수더분한 조선의 아낙인듯, 굳은 지조의 선비인 듯, 꾸밈없는 백자의 세계. 구중궁궐의 왕조로부터 사대부, 순박한 서민에 이르기까지 5백여년동안 조선백자는 이땅의 모두와 함께 했습니다. 그 비결은 바로 ‘평범함’의 미덕에서 비롯됐다 할 수 있죠.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는 말처럼 잘된 작품 못된 작품 가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인정하는 한옹의 여유자적이 들여다 보인다. 이는 평생동안 가마불을 때고 흙을 만져오는 동안 무념무상하는 공부를 차곡차곡 쌓아온 수행의 덕분일까.

한옹은 요즘 서울 인사동과 관훈동 고미술점을 자주 찾으면서 도자인생 반세기를 총정리할 개인전시회를 구상하고 있다. 그리고 봄이 완연해지면 시집을 내느라 한동안 찾지 못했던 가마에 불을 댕겨 ‘도자단상’이 새겨진 백자를 또 구워낼 것이다.


<참고자료>
http://blog.naver.com/balongtree/130023552640